돈비 어프레이드 : 어둠 속의 속삭임 (Don`t be afraid of the dark, 2011) by 트로이 닉시 [영화]의 재해석

길 감독이 제작했단 말에 주저없이 선택.
결과는... 괜춘한 작품이라 봄.
근래 들어 공포 영화는 거의 보지 않았는데, 최근 작품 중 가장 무서웠다.
사실 진짜 호러 팬들이라면 '시시하다'고 말할 수준. 객관적으로 따져본 공포 지수는 하위권.
하지만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난 나이가 들수록 공포물이 너무너무 무섭다(나이 먹을수록 적응되는게 아니고?).
주인공들이 느끼는 공포감 또는 그들이 예리한 금속에 베일 때의 아픔이 꼭 내가 겪는 것만 같아서...
너무 감정이입을 해도 문제다(쩝).

이제부터 들려 줄 이야기는 스포일러 그득그득이다(다시 한 번 강조! 그득그득이다!).
그리고 굉장히 주관적이다.
그래도 괜춘하다면 계속 읽어주시고(^^).





***
영화가 무서웠던 이유는 주인공 여자아이 '샐리' 대신 그의 새엄마가 될 뻔한(?) '킴'이 희생됐기 때문이다.
(그럴 줄은 몰랐다! 설마 하니 진짜 주인공을 희생시키는 공포영화라니! 굳이 비평가를 자처하자면 영화적인 관점에서는 주인공의 희생이 괜찮은 결말이지만, 주인공과의 동일시를 꾀하는 한낱 관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나도 가슴 아픈 엔딩.)
그리고 그 대리 희생이 판타지, 즉 허구가 아닌 현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무섭다.

역시 길 감독의 작품이었던 <판의 미로>의 결말은 판타지적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현실적으로도 해석되는 이중 결말이었다.
주인공 여자아이 오필리아가 죽음으로써 지하세계의 공주가 된다는 결말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 현실적인 관점에서 오필리아가 죽음에 이른 과정은 실제가 아니라 동화책에 심취한 한 아이의 상상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그간 보여준 아이의 행동이 정신분열적인 행동으로 읽혀져 참으로 안쓰럽다. 얼마나 현실이 괴로웠으면 자신은 지금 부모의 자식이 아니며, 진짜 엄마 아빠는 따로 있는데 알고보니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왕과 왕비였다고 상상했을까.
이런 현실적인 관점이 씁쓸해서 싫다면,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바로 두번째 관점, 판타지적 시각이다. 말그대로 오필리아가 겪어온 일들은 모두 다 실제였으며, 그녀는 지하세계의 공주가 맞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차라리 마음은 좀 편해진다.

그런데 이 작품 <돈비 어프레이드>는 판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 모두가 다 실제다. 주인공의 희생까지도.
아무리 공포영화에서는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해도 핵심 주인공이 희생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
바로 이 부분이 내가 이 작품에 가지는 불만이다. 괜찮은 작품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왜! 하필이면 왜! 킴이 죽은거냐고!!!!
(오, 내 사랑 킴~)

내가 이렇게까지 킴에게 집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영화 속 한 장면을 볼까.
킴이 샐리를 안고있는 장면.
킴은 샐리 아버지의 여자친구다. 곧 결혼할.
샐리의 아버지는 샐리 엄마와 이혼하고 킴 이라는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샐리는 그녀를 당연히 '새엄마' 보듯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킴은 그런 샐리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참 진부한 스토리지?).
하지만 킴은 샐리의 아빠, 알렉스보다도 샐리를 더욱 잘 이해한다.
알렉스는 샐리가 '이빨요정'을 보았다는 말을 정신이상으로 치부하지만(샐리는 우울증과 주의력결핍장애를 앓고 있다)
킴은 샐리의 눈빛에서 '공포'를 본다. 친아버지도 모르는 자식의 감정을 피도 나누지 않은 그녀가 먼저 감지한 것이다. 그리고 샐리의 이야기를 믿어주고 그녀를 지지해준다.

자기 자식이 아님에도 킴은 샐리대신 이빨요정에 의해 지하세계로 끌려간다. 샐리를 살리기 위한 그녀의 선택이었다.
킴이 이빨요정들이 잡아 당기는 밧줄에 걸려 주르륵 끌려가다가 벽난로에 쿵하고 부딪히며 무릎이 반대로 꺾인다. 다리가 부러진 채 결국 지하세계로 빨려들어가는 장면은 정말 눈물겨웠다. 마지막으로 샐리와 알렉스를 향해 뻗는 손짓과 눈빛이란.

대리 희생.
아이의 아빠도 못한 일을 그녀가 해낸 것이다(아버지 알렉스는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비정한 인물이다. 게다가 무능력하다. 이빨요정쯤 진작에 남자가 해치워줘야 하는거 아냐?).

또 안타까운 것은 그녀가 결국 이빨요정들에게 끌려가 그들의 먹이가 되었고, 그들과 한 패거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빨요정들은 정말 흉측하게 생겼단 말이야! (이빨요정의 외양은 해골 머리에 두 발로 걷는 쥐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우리 예쁜 킴(케이티 홈즈)이 괴물들에게 잡아 먹히다니!! 그것도 모자라 그들과 영영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니!! 이건 너무하잖아, 감독. 엉엉.


길 감독의 작품들,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계의 열쇠>,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 등에서도 외로운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며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모성애.
길 감독의 영화를 해석하는 하나의 키워드라 할 수 있겠다.

잔잔한 아픔, 가슴 먹먹한 감정이 느껴지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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