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데이즈 (Seven Days, 2007) by 원신연 [영화]의 재해석

개봉 당시엔 미국 드라마 <로스트>로 한창 활약 중이던 김윤진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
정도로만 생각한 나머지 특별히 손이 가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냥 지나치기엔 관람평이 워낙 좋고... (어쩐다?)
하여 관객들의 평점을 보험삼아 보기로 했다. 


* 주연 : 김윤진(변호사 유지연), 박희순(형사 김성열), 김미숙(심리학과 교수 한숙희)


영화는 매우 복잡다단한 스토리를 펼친다.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관객의 뒤통수를 후려칠 때까지, 그러니까 주인공들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 때까지
영화는 다수의 인물을 등장시켜 복잡한 관계로 얽어놓고 이러저러한 많은 사건들을 정신없이 풀어낸다.
변호사 유지연(김윤진)의 아이가 유괴된 후, 단 7일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그리고 전개 속도도 매우 빨랐다.
수많은 컷이 빠르게 교차하는 오프닝 타이틀이 암시하듯 영화는 초반부터 맹렬한 속도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게다가 그 와중에 오래 곱씹어 봐야 할 만한, 상당히 무거운 주제의 화두를 던지기까지 한다.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다른 피해자의 어머니(김미숙)의 모성을 짓밟을 수밖에 없었던 김윤진의 모성과
살해된 딸의 복수를 위해 변호사를 이용할 생각으로 그녀(김윤진)의 딸을 납치하고만 김미숙의 모성.
그 모성과 모성의 충돌과
여기에서 파생된 또 다른 문제들까지...


이러한 세 가지 이유로
영화를 보는 내내 잠시 숨고를 틈도 없이 머리를 팽팽 돌려야만 했다.
복잡한 내용과 구성 탓에 이해하기는 좀 힘들지만,
그래도 조목조목 따지고 보면
참 작은 퍼즐들을 요리조리 잘 꿰어 맞췄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이 영화에선 다음의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볼 만하다.


하나. 변호사는 법적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가, 고객의 이익을 실현해야 하는가?

- 이 물음엔 도덕적인 정당성을 들어 전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변호사라는 직업은 그 특성상 종종 이러한 딜레마에 빠진다.
변호사는 법적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하는 의무를 갖는 동시에 고객의 이익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선 승률 99%의 유능한 변호사 김윤진이 그런 상황에 처한다.
바로 범죄 사실이 명백하여 곧 사형에 처할 피고인을 무죄로 풀려날 수 있도록 변호해야 하는 것.
이 의뢰는 자신의 딸을 납치한 유괴범이 딸 아이를 살려주는 조건으로 내세운 바라 거절할 수도 없었으며, 더욱이 딸 아이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절대 실패해선 안되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저승길을 헤매는 일도 마다 않는 존재다.
김윤진은 불가능해 보이는 이 사건을 수임하고 마침내 성공하여 무사히 딸 아이를 돌려받는다.
진짜 범인을 무죄로 풀려나게 만든 것이다.
(자신의 이익과 결부된)고객의 이익을 위해 법적 정의 실현을 포기한 셈이다.

이러한 그녀를 도덕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행위를 누가 비난할 수 있으랴. 하나뿐인 자식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 말이다.

세상엔 냉철한 이성으로 따지기 보다 뜨거운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도 있는 법이다.

자식을 잃은 어미의 처절한 심정



둘. 범죄 피해자의 사적 복수가 실정법에 따른 판결을 대신할 수 있는가?

- 강간 및 살해로 딸을 잃은 어머니 김미숙은 사형제를 지지한다.
그러나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만은 단순히 법의 처분에 따라 교수형 당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교수형이 가볍게 여겨질 정도로 범인을 증오하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보다 고통스럽게, 가장 고통스럽게 죽어야만 했다.
그래서 범인에 대한 처분을 사법 판결에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직접 심판자로 나서 벌하기로 한다.
국가에 의한 공적 심판을 거부하고 개인의 사적 복수를 시도한 것이다.
결국 그 계획은 성공하고야 만다.

사실 개인의 사적 감정에 따른 복수는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법적, 제도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행위라 하더라도 일반인들의 법감정에 비췄을 때 아주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아니다.
존 그리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조엘 슈마허 감독의 법정 드라마 <타임 투 킬>(1996)에서도 딸 아이를 강간치사로 잃은 아버지가 범인들을 죽이고 말지만 배심원들에 의해 무죄로 판결받고 풀려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영화에서 사적 복수가 정당한 것으로 그려지는 까닭은 -물론 영화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영화에서라도 사적 복수를 가능한 일로 만들고 싶은 은밀한 욕망이 반영된 것 아닐까.

자신의 모성을 위해 상대의 모성에 상처를 입히는 두 어머니




덧, 평소엔 감사에 쫓기는 비리 형사지만, 친구의 딸을 찾는 일엔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박희순이 상당히 멋있게 나왔다.

* 나의 별점 : ★★★


  참고로 나의 별점 기준은 다음과 같다.

          ★★★★★  만점!! 다시 없을 '불후의 명작'이다!!!
          ★★★★     보기 드물게 뛰어난 수작이다.
          ★★★        괜찮은 영화다, 볼 만한 영화다.
          ★★           돈이 아깝거나 시간이 아깝거나.
          ★              제작 의도를 모르겠다.

          (간혹 각 단계 사이에 별 반 개(☆)가 추가되기도 한다)




덧글

  • erich 2009/08/30 23:15 # 답글

    나도 이거 봤는데 꽤 볼만했어~ 정확히 별 세 개에 해당ㅋ
    진짜 범인같은 애가 풀려나는 건 좀 싫더라. 디게 징그러웠고-_-
  • 엘뤼시온 2009/08/31 00:26 #

    나도~ 정말 징그런 놈; 그래서 걔가 죽을 때 차라리 잘 됐다 싶었어..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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